부서지고 떨어져, 버려진, 죽은 단어들을 모아 한 편의 시를 썼다. 그 시는 내가 입고있던, 아니, 모든 선택 받은 예술가들이 입고 있던 비범한 옷에 대한 성찰이었다. 우리가 입고 있는 그 비범한 옷은 우리를 부담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비범한 옷이야말로 우리를 이 평범함의 지옥에서 구원할 유일한 빛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제 한편의 시는 이야기가 되고 목소리가 되어 당신의 평범한 마음을 깨우길.

그리고 비범한 마음을 받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가길.

<비범한 옷에 대한 작가노트> 2021

비범한 옷 2021

남자는 검푸른 색의 아름다운 망토에 감싸여 태어났다. 남자의 온 몸을 감쌀 만큼 길고 넓은 그 옷은 단단하고 아주 날렵한 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부모였고 의무였으며 날 선 검이었다. 그는 그 망토를 사랑했다. 그는 그 옷이 되었고, 그 옷은 그의 삶이 되어갔다.

남자는 늘 그 망토를 입고, 버려진 것들을 수집했다. 매일 길 가에 버려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들을 주워 그것들에게 어떤 말들을 속삭였다. 그리고 한참동안 하늘을 바라보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집.

돌아온 남자는 자신의 옷 속에 있던 돌조각들을 꺼내 새롭게 하나의 조각을 만들었다. 남자는 그 돌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하늘로 던져 올렸다. 그러자 그 돌은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가 작은 구름 덩어리가 되었다.

그는 분명 비범한 남자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쓸데없는 일로 인생을 허비하는 ‘패배자’로 생각했다. 그들은 그를 무시했으며, 경멸스러움으로 남자를 대했다. 그들의 따가운 눈빛은 거친 몽둥이가 되어 남자의 그 망토를 쉴 새 없이 매질했다.

남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망치고 싶었지만, 자신이 멸시 받는 이유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그리고 엿새가 되던 날,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비범함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아니, 어쩌면 세상이 정한 평범함의 강요로부터 세뇌당한 탓일지도 모른다.

그는 다른 이들처럼 평범한 옷을 입고,

평범한 생각을 하며,

평범한 음식을 먹고,

평범한 농담을 하고,

평범한 여가를 즐기며,

평범한 서류를 작성하고,

평범한 시선으로 하늘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평범한 옷들을 덧입기 시작했다.

평범한 생각을 위한 한 벌.

평범한 요리를 할 때 입을 한 벌.

평범한 농담에 웃어주기 위한 한 벌.

평범한 여가활동에 딱 맞을 한 벌.

평범한 서류들을 파쇄 할 때 입을 한 벌.

평범한 꿈만을 꾸게 하는 잠옷 한 벌.

 

누가보아도 남자의 덧입은 옷들은 그에게 꼭 필요한 옷들처럼 보였다.

남자는 그렇게 원하던 평범함을 얻게 되었다. 그의 마음이 평범해졌고, 다른 사람들처럼 안정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는 알 수 없는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피로도는 날로 극심해졌다. 남자는 이제 생각할 수도 없었고, 먹을 수도 없었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기쁨도 사라졌다. 휴식을 취해도 피곤했고, 서류를 작성할 만큼 집중도 되지 않았다.

 

어느 깊은 밤,

오랫동안 잠에 들지 못한 남자는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덧입고, 덧입어온 옷들, 그것들이 남자 자신을 꽁꽁 묶고, 꼭꼭 숨겨,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남자는 거울 속, 자신의 눈동자 안에 가득한 공허함들을 보았다. 남자는 괴로웠다.

 

마음을 잃어버린 남자는 더 이상 삶을 살아낼 용기가 나질 않았다. 칠흑 같이 어둡고, 적막한 그 밤, 남자는 무작정 집을 나섰다. 그리고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다다른 도시 광장에는 홀로 외로이 생각에 잠겨있는 청동상 하나가 있었다.

 

그는 말없이 청동 조각상에게 자신의 옷 한 벌을 벗어주었다.

그리고 새끼를 갓 낳은 길고양이에게 한 벌.

술에 취해 잠이든 노숙인에게도 한 벌.

심하게 부러져 아파하는 나무에게 한 벌.

길을 잃은 강아지에게 한 벌.

마지막으로 본능적 외로움 속에 울고 있던 귀뚜라미에게 한 벌.

 

그동안 덧입었던 옷들을 모두 벗은 남자는 이제 그 망토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남자와 그 망토는 서로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망토의 주머니 속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오래전 수집했던 작은 돌조각이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남자는 그 돌의 이름을 부르며 돌을 검은 하늘로 돌을 던져 올렸다. 순간 돌은 아름다운 구름이 되어 그의 머리 위에 머물렀다. 세상에 없는, 그런 빛깔을 지닌 구름이었다.

 

곧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구름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그의 망토가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남자를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남자가 구름을 깊이 들이 마실수록 눈과 입. 가슴부터 발까지 시나브로 빛을 가득 머금은 구름이 되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는 구름이 되었다.

날빛보다 더 밝은 빛이 되었다.

그리곤 얼마간 도시를 환히 비추이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다시 어둠뿐인 도시.

동쪽 끝에서 아침 해가 떠올랐다.

남자가 머물렀던 곳에는 거친 돌덩이 하나가 남아 있었다.

Extraordinary Clothes

Extraordinary Clothes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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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series

Drawing series_hemp fabric, brass on paper_50 x 50 cm_2021

Drawing series : Extraordinary Clothes
Drawing series : Extraordinary Clot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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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series : Extraordinary Clothes
Drawing series : Extraordinary Clothes
Drawing series : Extraordinary Clothes
Drawing series : Extraordinary Clothes
Drawing series : Extraordinary Clothes
Little Clouds

Little Clouds_Discarded, useless plastics, natural stone_18 x 18 x 18 cm_2021

Little Clouds
Little Clouds
Little Clouds
Little Clou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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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ght beyond

The light beyond_Mixed media, LED light_170 x 170 x 12.5 cm_2021

The rough stone

The rough stone_Brass, natural stone_26 x 37 x 30 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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