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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은 진리가 어떻게 드러나면서도 동시에 감춰지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하늘을 직접 마주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하늘 그 자체가 아니라, 빛, 구름, 산과 나무, 날아가는 새와 나비처럼 하늘을 대신하는 이미지들을 통해서만 하늘을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의 구조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는 방식 전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나는 우리가 보고, 느끼고, 깨닫는다고 여겨온 경험들 역시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부터가 투사된 이미지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는 지점에 관심을 가져왔다.

 인간의 사고와 감정, 신념과 영적인 경험마저도 불완전한 인식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나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하늘을 평면으로 제시하는 이미지, 깊이를 상실한 공간, 그리고 말이 의미로 고정되기 이전의 상태를 다루는 방식으로 작업 안에서 반복되어 왔다. 나는 세계를 설명하거나 해석하기보다, 인식이 멈추는 지점, 그리고 그 이후에 남는 감각과 상태를 시각적으로 고정하는 데에 집중한다.

 최근의 작업에서 나는 보이지만 읽을 수 없는 말, 붙잡을 수 없으나 사라지지 않는 숨, 그리고 하나의 결과로 수렴되지 않는 발현의 형태들을 통해 의미가 완결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상태를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결론이나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각자의 경험과 감각을 투사할 수 있는 열린 구조로 남는다.

나는 진리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보다, 드러나려 하면서도 스스로를 감추는 그 양가성의 진동 안에 머물며, 그 상태를 번역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6

© 2018 by Taeka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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