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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작업은 진리가 어떻게 드러나면서도 동시에 감춰지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하늘을 직접 마주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하늘 그 자체가 아니라, 빛과 구름, 산과 나무처럼 그것을 대신하는 장면을 통해 하늘을 인식한다. 나는 이러한 간접적인 인식의 구조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는 방식 전반에 닿아 있다고 생각해왔다. 우리는 언제나 단편의 ‘장면’만 보곤 한다. 그 장면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무엇이 선택되고 무엇이 배제되었는지는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보이는 것은 명확해 보이지만, 그 명확함은 동시에 어떤 것을 가리기도 한다.

 나는 최근 하나의 인물이나 사건을 단선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그것이 놓여 있는 복잡한 배치와 긴장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동일한 존재가 서로 다른 의미로 읽히고, 하나의 상황이 상반된 해석을 동시에 허용하는 지점. 그 모순과 충돌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어떤 감각이 있다.

 진리는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되기보다, 드러나려 하면서도 스스로를 감추는 구조 속에서 진동한다. 나는 그 진동을 설명하기보다, 잠시 멈춰 세워 바라보고자 한다.

2026.3

© 2018 by Taeka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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